관계야 어찌됐건 그래도 함께한 시간은 꽤 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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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reo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5-23 19:33본문
관계야 어찌됐건 그래도 함께한 시간은 꽤 길었
관계야 어찌됐건 그래도 함께한 시간은 꽤 길었으니까. 그 시간동완 봐온 리세의 눈빛, 분위기, 말투, 표정. 그런 것들은 전부 알고 있는데, 왠지 지금의 리세와 잘 맞물리지 않았다.“배부르면 억지로 먹지 마. 내일 시합인데 탈나면 어쩌려고.”쇼코는 냄비에 육수를 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제법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었지만 사실 속으론 육수를 리세 머리통에 부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쇼코는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이나리자키 테이블을 돌아보았다.“바닐라 라떼 사왔는데, 아직 좋아하세요?”타마미가 묻자 이나리자키 부원들은 그제야 리세의 빈자리를 알아챘다. 없어진 이유는커녕 없어졌다는 사실도 여태 자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뒷정리는 우리가 할게.”“우리도 그런 건 들은 적 없는데. 그런 얘기 할 사이도 아니고.”쇼코는 홀홀 웃으며 보쿠토와 코노하를 데리고 후쿠로다니 테이블로 향했다. 두 사람에게 장하다며 등을 두드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덜어도 되는 거였나.“뻥 아이가. 갸는 그러고도 남을 아다.”변할 대로 변해서 몇 번이고 등을 돌리고선, 그래서 다 포기하고 자신이 도망쳐버리니까, 왜 지금에서야……쇼코의 생각이 음흉한 웃음 위로 숨김없이 전해졌다.“이건 내일 아침 샐러드로 만들면 돼. 신경 쓰지 마.”“혼자 쇼하던 게 안 먹히니 배알 꼴리나보죠.”“남기면 신칸센까지 쫓아올 기세였으면서……”41. 바닐라 라떼와 헤이즐넛 라떼.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왠지 자신이 알던 리세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갑자기? 아깐 멀쩡하더니.”“토끼도 먹다 토할 것 같은데……”그러나 그 추억을 이미 누군가 덮어버렸다는 걸 스나는 알지 못했다.정말로 기억을 잃었나. 그래서 그런 걸까.“세상에~ 기껏 생각해서 준비해준 음식을 다 남기고~ 토모코 아주머니 우시겠네~”그러나 쇼코가 육수 주전자를 가져다주며 쐐기를 박았다.쇼코는 설핏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전의 리세를 떠올렸다. 일단 눈물부터 글썽이고 보는 것도, 툭하면 옆 사람 소매를 잡는 것도, 전부 전과 같았다.그걸 스나도 모르지 않을 테니까.쇼코는 허탈한 한숨을 쉬었다.하여간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못돼 처먹을 수 있는지.토끼 먹이를 앞에 둔 이들의 절규가 들려왔지만 쇼코는 콧노래를 흥얼거릴 뿐이었다.역시 거짓말일까.그들 사이에 리세는 없었다. 앞 접시도, 젓가락도, 리세 몫만 한 쪽에 치워져 있었다.이나리자키 부원들은 배불러서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고, 키타는 여전히 당근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토끼 먹이 아이가.”“덜어도 된다고 했지 남겨도 된다곤 안 했으니까 착각하지 마시고요~”다른 부원들도 다들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뭐고, 저게! 타마미, 이거 봐라! 우리 전골은 전골이 아이다!”혹시 아직 재료 분배를 안 한 걸까.아카기는 간절한 소원이라도 빌 듯 쇼코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쇼코는 그걸 왜 자신에게 묻냐며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그런데 뭘까, 이 위화감은.아카기는 냅다 집게를 가져다 당근과 양배추를 덜어냈다. 그러면서도 억울했는지 입술을 비죽 내밀며 작게 투덜거렸다.“하시모토 상은?”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딱 전학 가는 순간에 맞춰 과거를 전부 잊을 수가 있나. 꼭 다 잊고 다시 시작하라고 하늘이 등 떠밀어 준 것처럼.누가 고지식하게 올곧은 놈 아니랄까봐.“……이게 전골이가.”코노하와 보쿠토가 자랑스럽게 내온 냄비에는 당근과 양배추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갖가지 야채와 고기가 고르게 섞인 것이 전골의 묘미건만, 고기가 들어갈 공간조차 없어보였다.“리세가 기억을 잃었다는 거 진짜예요?”단순히 바닐라 라떼를 좋아하느냐 묻는 게 아니라, 아직 자신을 좋아하느냐 묻는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는 건 코노하와 타마미도 마찬가지였다. 6개월이 반복되는 동안 여태 몰랐던 부분이었기에 더욱 미심쩍었다.스나는 조금 긴장되는 표정으로 타마미를 바라보았다.키타는 저녁까지 준비해준 하숙집에 성의를 보이고 싶은 것이었다. 토모코 아주머니가 아니었다면 이나리자키 부원들은 빗길을 뚫고 식당을 찾아 헤맸을 테니까.“매니저야, 대답해줬으니까 이 토끼 먹이 좀 우째 해주면 안 되나. 육수를 부을 수가 읎다.”타마미는 그 질문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 않았다.이나리자키 부원들은 투정부리듯 부루퉁한 얼굴로 타마미를 바라보았다. 편식 없이 주는 대로 먹는 키타만 덤덤하게 앞 접시를 나눠주고 있었다.그러나 쇼코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아카기를 발로 슥 밀었다.“속 안 좋다고 먼저 방에 올라갔다.”“아아- 매니저야, 좀 봐줘라. 저걸 우째 다 먹노. 배에서 양배추가 불어터지는 것 같다.”“우연치고 좀 과하긴 하지.”심드렁한 표정으로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그러면서 걱정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도, 모두 타마미가 좋아했던 스나 그대로였다. 자신에게만 다정하고, 따뜻하고.“아니, 타마미 이제 그거 안 좋아하는데.”가끔 지나치게 남을 배려하는 키타의 모습은 정말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어린아이 같은 다른 부원들도 말이다.“타마미.”스나였다.아카기는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부원들을 재촉하며 부랴부랴 테이블을 정리했다. 부원들도 하나 둘 몸을 일으키며 느리지만 부지런히 정리를 도왔다.“아무리 봐도 이건 토끼 먹이다.”그리고 곧 타마미가 후쿠로다니의 전골을 가지고 부엌에서 나왔다. 적당한 양의 야채와 버섯, 유부 등이 예쁘게 놓인, 정말 전골 같은 전골이었다.“주세요. 타마미 상은 여기서도 일만 하는 것 같은데.”다들 발랑 드러누워 배롤 통통 두드리면서 항복을 선언했다. 더는 못 먹겠다며 우는 소리를 하는 게 꼭 어린아이 같았다.늘 바닐라 라떼를 선물해주던 건 스나였으니까. 타마미는 바닐라 라떼를 볼 때마다 스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으니까.누군가 인생을 리셋시켜준 것도 아니고.조금 전 리세가 울면서 연기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불쾌하고 소름이 돋았다.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코노하가 불쑥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코노하는 나른하게 웃으며 타마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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